★학교를 말한다
북한강 인근의 작고 예쁜 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6학급 학교가 그렇듯이 교육 활동 외에 과중한 행정 업무가 고민이었답니다. 그 당시 신규 교사들을 대상으로 시교육청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몇 개월에 걸쳐 ‘멘토링’ 연수라는 것을 운영하였습니다. 일반 선배 교사가 아니라 관내 학교장이나 장학사를 멘토로 신규 교사에게 짝을 지어 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의아스러운 조합이었습니다.
말이 신규 교사지 6학급 학교에서는 보직 부장 두 명 몫은 해야하는지라, 업무적인 출장이 많았습니다. 일주일에 3일을 출장으로 보내는 시기도 있었답니다. 이런 가운데 멘토링 연수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내 교육청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가는 일은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학교장으로 승진하고 장학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 그분들께는 자부심이자 인생의 큰 족적이었을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박수도 쳐드렸습니다. 다만, 학교에 아이들과 산더미 같은 일을 쌓아두고 온 상태에서 계속되는 자랑과 ‘장학사 되는 법’ 등의 조언을 듣는 것은 곤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승진파 교사 중에 썩 유쾌하지 않은 이들도 종종 겪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당장 교육청으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신규 교사 중에 유일하게 멘토링 연수에서 열외되었습니다.
십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 시절 아이들과 밭에서 고구마 키우고, 냇가에서 물놀이하고, 등산하고 라면 끓여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신 초임 시절 선배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또한, 승진보다는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아내야말로 진정한 제 교직 멘토랍니다.
승진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학교 일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교직 생활의 대부분을 보직부장과 친목회장으로 보냈고, 전국 꼴등이었던 담당 배드민턴부가 전국 3위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경험도 해봤습니다. 각종 위촉장에 교육감, 교육부장관상 등등도 쌓여갔지만, 이를 승진과 관련짓진 않았고,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의 우리 학교에서 연구부장, 혁신부장을 계속 하고 있지만, 돌봄이나 가산점 항목은 늘 필요한 다른 분께 권했습니다.
물론 저도 몇 년 전, 30대 중반을 넘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에 잠깐 흔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전문직에도 관심을 가져보았고, 어느 해에는 연구대회 신청까지 했다가 도리도리 다시 접기도 했습니다.
그 길이 저와는 맞지 않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또한 지금의 기형적인 승진제도는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교사의 자발성을 저해하고 교육 현장을 왜곡시키는 주범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게 이성우 선생님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학교를 말한다
이성우 선생님의 글은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처럼 다가옵니다. 누구나 교직 현장에서 불합리와 모순을 느끼지만, 막상 이를 용기 있게 말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비판적 입장에서 교직 사회 그리고 승진 제도를 성찰하고 실천에 옮긴 삶의 기록입니다. 또한, 동료 교사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따뜻한 애정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같은 길을 걷는 동료 교사로서, 이성우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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