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부장

6학급 시골 학교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새내기 시절부터 부장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동안 자의보다는 늘 타의에 의해 부장을 맡고, 업무에 허덕였던 기억이 많습니다.

 

보직 부장이 경합인 곳도 있겠지만, 보직 부장 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에 매년 말이면 안타까운 신경전이 벌어지는 학교도 있습니다.

 

부장을 맡게 되면, 과도한 행정 업무와 잦은 회의 때문에 아무래도 학급운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초임 시절에는 왠지 평교사끼리 위계나 등급을 나누는 것 같아서, 부장이라는 호칭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맡아야 할 보직이기에, 결국 그 누군가 중의 하나는 저였던 것 같습니다.

 

이를 개인의 자발성 문제로 보기에는 원인이 좀 복합적입니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개선해서 보직 부장의 자율성과 권한을 확대하고, 승진 점수와 이동 점수뿐만 아니라, 부장 수당을 현실적으로 올리는 것도 나름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그래도 의미 없는 경험은 없기에 체육, 정보, 윤리, 연구, 혁신 업무를 두루 맡다 보니, 승진을 바라지 않는 저도 학교 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배움도 많이 얻었습니다.

 

새 학교로 옮기면서, 교직 생활 처음으로 부장을 맡지 않게 되었습니다.

6학년을 지원했기 때문에 심지어 업무도 없습니다.

이제는 옥부장이 아니라, 옥선생으로 학급운영에만 집중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편합니다.

 

올해 제가 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학급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의 누군가()와 구성원의 배려와 헌신 덕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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